여름이었다.
어쩔 수 없이 펑펑 내리는 비가 돌아오는 계절이다. 해가 쨍쨍해지면 제임스의 찡찡도 늘어난다. 담배피러 밖에 나가면 꼭 햇빛을 싫어한다.
하지만 나는 햇빛이 좋다. 애초에 건물 안에 앉아 하루종일 컴퓨터나 쳐다보는 직종을 가진 인간이, 사람답게 야외생활을 하는 것이 드물다. 가끔은 해가 싫다. 30도가 넘어가면 어쩔 수 없이 나도 뜨겁다. 어릴 적엔 피부색이 짙어지는게 참 싫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드나보다.
요즘엔 선글라스를 쓴다. 남미에 갔을 때 해가 그렇게 뜨거울 수가 없었다. 입술은 타기 시작하면 엄청 빨개진다. 붓고 쓰리다. 그러다가 갑자기 겉부터 갈변한 사과마냥 색이 변한다. 그러다가 껍질이 벗겨진다. 다른 피부와는 사뭇 다르게 이어진다.
한국에선 이런 적이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햇빛이 더 약한걸까? 여하튼 이런 쨍한 햇빛들에 요샌 눈이 부시다. 썬글라스가 없으면 제법 고생이다.
그래서 작년에 선글라스를 샀다. 오클리. 남자친구 선글라스랑 같은 브랜드다. 운동하고 자전거타는 사람들을 타겟팅한 썬그리 회산데, 되게 가볍다. 나는 콧대가 이상하게 높아서 쉽게 안경자국이 남는다. 오래 쓰면 묘하게 두통도 온다.
오클리는 가벼워서 부담이 덜하다. 이렇게 날이 좋은 주말엔 종종 홀로 어린이대공원에 나가 피크닉을 한다. 오클리를 끼고 나가서 그늘이 아닌 곳에 돗자리를 펼쳐 누워있으면 딱 좋다.
어린이대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면 기억도 안나는 유년기로 돌아간 것 같다. 아마도 나의 손을 잡고 아침마다 공원을 돌았을 엄마와, 가끔 나와 함께 산책했을 친조부모님들. 그리운 줄도 모르는 그 시절이, 어린애와 산책나온 가족들의 행렬을 보고있으면 불쑥 그리워진다.